추세추종

[추세추종 #1] 제시 리버모어: 추세추종의 원형을 만든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의 매매 원칙을 피벗 포인트, 신고가 매수, 손실 제한, 피라미딩으로 정리합니다. 널리 인용되는 수익 기록의 근거 수준과 현대적 한계도 함께 다룹니다.

목차

티커 테이프로 가격을 읽던 1900년대 초 주식 거래 환경을 나타낸 이미지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 1877~1940)는 오늘날 추세추종이라 부르는 매매 방식의 원칙 대부분을 20세기 초에 정리한 인물입니다. 신고가에서 매수한다, 손실은 빠르게 끊는다, 이기고 있는 포지션에만 더한다, 물타기하지 않는다는 규칙은 모두 그의 기록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리버모어를 다룰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그에 관한 서술의 상당 부분은 에드윈 르페브르가 쓴 소설 형식의 전기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 기대고 있으며, 이 책의 화자는 리버모어 본인이 아니라 래리 리빙스턴이라는 가공의 인물입니다. 이 글은 그가 직접 쓴 《How to Trade in Stocks》(1940)에 담긴 규칙을 중심에 두고, 널리 인용되는 수익 금액처럼 검증하기 어려운 서술은 그 성격을 밝혀 구분합니다.

추세추종 투자 시리즈 1편. 앞 글은 0편 추세추종이란 무엇인가, 다음 글은 2편 윌리엄 오닐과 CAN SLIM입니다.

리버모어가 다룬 시장은 지금과 무엇이 달랐는가

리버모어가 매매를 시작한 1890년대 후반의 미국 시장에는 실시간 차트도, 재무 데이터베이스도 없었습니다. 가격은 티커 테이프라는 종이 띠에 인쇄되어 나왔고, 트레이더는 이 숫자의 흐름만 보고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는 초기에 버킷숍(bucket shop)이라 불리던 사설 거래소에서 가격 변동에 베팅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 환경이 중요한 이유는 그의 방법론이 왜 가격 중심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참고할 정보가 가격과 거래량밖에 없는 상태에서, 그는 "가격이 어떤 지점을 지날 때 이후 움직임이 이어지는가"를 반복 관찰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즉 그의 원칙은 이론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축적된 관찰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리버모어는 1907년 공황과 1929년 대공황 국면에서 하락에 베팅해 큰 수익을 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흔히 인용되는 금액은 당시 언론 보도와 후대의 전기에서 나온 추정치이며, 감사된 계좌 기록으로 확인된 수치가 아닙니다. 그는 여러 차례 파산과 재기를 반복했고, 1940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성공한 사례만 떼어 놓고 보면 그의 기록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리버모어의 핵심 원칙 네 가지

《How to Trade in Stocks》와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서 반복되는 원칙은 아래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각각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구조를 이룹니다.

원칙내용판단 기준으로 바꾸면
오르는 주식을 산다싸 보이는 종목이 아니라 이미 강한 종목을 산다진입 시점에 가격이 최근 고점 위에 있는가
손실은 짧게 끊는다판단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오면 즉시 정리한다진입 전에 정한 손절 가격에 닿았는가
큰 수익은 기다림에서 나온다맞은 포지션을 성급히 정리하지 않는다청산 조건이 나오기 전에 나온 매매가 몇 건인가
물타기하지 않는다손실 중인 포지션에 추가 매수하지 않는다추가 매수 시점에 포지션이 이익 상태였는가

이 네 가지는 각각 다른 규칙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전제를 공유합니다. 가격이 내 판단의 근거이자 동시에 내 판단이 틀렸는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심판이라는 전제입니다. 리버모어가 했다고 흔히 알려진 "시장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의견이 틀릴 뿐이다"라는 말에 해당합니다.

특히 세 번째 원칙은 실제로 지키기 가장 어려운 항목입니다.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는 "내게 큰돈을 벌어준 것은 결코 나의 생각이 아니었다. 언제나 버티고 앉아 있던 덕분이었다(It was always my sitting)"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진입 판단보다 이후 유지 판단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관찰이며, 이는 뒤에서 다룰 터틀 트레이딩의 청산 규칙과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신고가 매수, 손실 제한, 기다림, 물타기 금지 원칙이 매매 사이클의 각 단계에 배치된 구조도

피벗 포인트: 리버모어가 진입 시점을 정한 방법

리버모어의 방법론에서 가장 구체적인 부분은 피벗 포인트(pivotal point)입니다. 그는 가격이 아무 때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을 지날 때 이후 흐름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그 지점을 기다렸습니다.

그가 가장 자주 사용한 피벗 포인트는 신고가였습니다. 이유는 매물 구조에 있습니다. 주가가 과거 고점 아래에 있으면 그 고점 부근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이 본전 회복을 기다리며 대기 매물을 형성합니다. 반대로 가격이 신고가를 넘어서면 손실 상태로 물려 있는 보유자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어, 위쪽에서 나올 매물 압력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핵심은 신고가가 "이미 비싸다"는 뜻이 아니라 "위쪽 매물이 적고 수요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입니다. 이 해석은 뒤에 윌리엄 오닐의 CAN SLIM에서 N(New High) 조건으로, 터틀 트레이딩에서 20일·55일 돌파 규칙으로 이어집니다. 신고가를 다루는 실무적 기준은 6편 추세추종의 핵심 지표에서 따로 정리합니다.

다만 리버모어는 피벗 포인트를 지났다고 해서 전부 진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돌파 이후 가격이 예상한 방향으로 실제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한 뒤에 규모를 키웠습니다. 즉 첫 진입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작은 베팅에 가깝고, 본격적인 규모는 가설이 맞았다는 증거가 나온 뒤에 실렸습니다.

분할 진입과 물타기는 어떻게 다른가

리버모어의 방식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부분은 추가 매수입니다. 그는 한 번에 목표 수량을 사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누어 샀습니다. 이 때문에 "리버모어도 분할 매수를 했으니 물타기와 다를 게 없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두 방식의 차이는 추가 매수의 조건에 있습니다.

구분피라미딩(리버모어 방식)물타기
추가 매수 시점포지션이 이익 상태일 때포지션이 손실 상태일 때
추가 매수의 의미가설이 맞았다는 증거에 대한 반응가설이 틀렸음에도 규모를 늘림
평균 단가 변화올라감내려감
손실 확대 방향이익 구간에서 되돌림 시 이익 감소손실 구간에서 손실 가속
추가 수량보통 처음보다 같거나 적게흔히 처음보다 크게

리버모어가 물타기를 금지한 이유는 심리가 아니라 구조 때문입니다. 진입 근거가 "가격이 오르고 있다"였다면, 가격이 내려간 순간 그 근거는 이미 사라진 상태입니다. 근거가 사라진 자리에 규모를 더하면 손실 한도를 스스로 키우게 됩니다. 피라미딩의 구체적인 규칙과 위험은 5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리버모어 방식을 지금 적용할 때의 한계

리버모어의 원칙은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많지만, 그의 기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최소한 세 가지 한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첫째, 시장 구조가 다릅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공시 규제, 내부자 거래 규제, 시세 조종 규제가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당시 통용되던 일부 관행은 현재 기준으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그의 성과 기록은 검증 가능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1907년과 1929년의 수익 금액은 대부분 추정치이고, 그가 여러 차례 파산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인용됩니다. 성공 사례만 근거로 삼는 것은 표본을 선택적으로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그는 레버리지를 크게 쓰고 포지션을 소수 종목에 집중했습니다. 그의 원칙 가운데 "손실을 짧게 끊는다"는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런 운용 방식은 계좌 자체를 잃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그의 생애는 이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국내 시장에 적용할 때 추가로 볼 조건도 있습니다. 신고가 돌파 매수를 하려면 돌파 시점에 원하는 가격 근처에서 체결이 되어야 하는데, 거래대금이 작은 종목에서는 호가 공백으로 체결가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손절 주문 역시 지정한 가격에서 체결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스톱 주문이 특정 가격에서의 체결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안내합니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 진입 근거가 "가격이 강하다"였는지, "가격이 싸다"였는지 기록에 남겼는가?
  • 추가 매수를 한 시점에 포지션이 이익 상태였는가, 손실 상태였는가?
  • 손절 가격을 진입 전에 정했는가, 진입 후에 정했는가?
  • 청산 조건이 나오기 전에 먼저 매도한 매매가 최근 몇 건인가?
  • 돌파 시점의 체결가가 계획한 가격에서 얼마나 벌어졌는가?
  • 참고하려는 사례가 검증된 기록인지, 전해지는 서술인지 구분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Q1.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리버모어가 쓴 책인가요?

아닙니다. 이 책은 언론인 에드윈 르페브르가 1923년에 발표한 소설 형식의 전기이며, 화자는 래리 리빙스턴이라는 가공의 인물입니다. 리버모어를 모델로 했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사실과 각색이 섞여 있습니다.

리버모어가 직접 쓴 책은 1940년에 나온 《How to Trade in Stocks》입니다. 매매 원칙을 확인하려면 이 책을 우선 참고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Q2. 신고가에서 사는 것이 위험하지 않나요?

가격이 높다는 사실 자체는 위험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신고가는 위쪽 대기 매물이 적고 매수세가 우위에 있다는 관찰로 해석됩니다.

다만 신고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래량이 동반되었는지, 실적이나 업황 같은 배경이 있는지, 시장 전체가 상승 국면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신고가는 되돌림 위험이 큽니다.

핵심 요약

리버모어는 정보가 가격밖에 없던 환경에서 관찰만으로 추세추종의 기본 규칙을 정리한 트레이더입니다.

  • 그의 원칙은 신고가 매수, 손실의 조기 제한, 이익 포지션 유지, 물타기 금지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 피벗 포인트는 가격이 특정 지점을 지날 때 흐름이 이어지는 성질을 이용한 진입 기준이며, 신고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 피라미딩과 물타기는 추가 매수라는 형태만 같을 뿐, 포지션이 이익 상태인지 손실 상태인지에서 정반대입니다.
  • 널리 인용되는 그의 수익 금액은 대부분 추정치이며, 여러 차례의 파산 기록과 함께 봐야 합니다.
  •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의 레버리지 수준과 당시 시장 규제 환경은 현재와 다릅니다.

리버모어의 규칙을 자신의 매매에 적용해 보려면, 진입 근거와 추가 매수 시점의 손익 상태를 매번 기록해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규칙을 알고 있는지와 실제로 지켰는지는 기록을 봐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Jesse Livermore, 《How to Trade in Stocks》, 1940
  • Edwin Lefèvre,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 1923
  • SEC Investor.gov, "Understanding Order Types"
  • 한국거래소(KRX), 시장 운영 및 호가 관련 안내 자료

참고용 안내: 본 게시물에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투자를 위한 참고용이며,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본인 책임: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과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법적 책임 부인: 제공된 정보는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매매 복기 워크플로

오늘의 매매 기록으로 이어가세요

차트와 매매 근거, 실수와 개선점을 한 흐름으로 기록하고 다음 매매 판단의 기준으로 남겨 보세요.